대리는 본인을 대신하여 다른 사람(대리인)이 법률 행위(예: 계약 체결)를 하고, 그 법률 효과가 직접 본인에게 귀속되는 제도입니다. 하지만 대리인이 적법한 대리권 없이 대리 행위를 하는 경우가 있는데, 이를 무권대리라고 합니다.
1. 무권대리란?
무권대리는 대리권이 없는 자가 타인(본인)의 대리인으로서 한 법률 행위를 말합니다.
즉, 아들(을)이 아버지(갑)로부터 X 토지 매매에 대한 대리권을 받지 않았음에도 불구하고, 마치 대리권을 받은 것처럼 구매자(병)와 X 토지 매매 계약을 체결하는 경우가 바로 무권대리입니다.
2. 무권대리 행위의 효력 (원칙: 본인에게 무효)
무권대리인이 한 계약은 원칙적으로 본인(갑)에게 아무런 법률 효과가 발생하지 않습니다 (무효).
아버지(갑)는 아들(을)이 멋대로 맺은 X 토지 매매 계약에 대해 책임질 필요가 없습니다. 계약은 본인(갑)과 상대방(병) 사이에서는 효력이 없는 상태가 됩니다.
3. 본인의 선택 (추인권과 추인거절권)
본인(갑)은 무권대리인(을)이 한 계약에 대해 다음 두 가지 권리를 가집니다.
- 추인권: 무권대리 행위를 사후에 인정하여 계약을 유효하게 만드는 권리입니다.
- 효과: 추인하면 계약은 처음부터 유효했던 것으로 간주됩니다(소급효).
- 예시: 아버지(갑)가 아들(을)이 X 토지를 판 가격이 괜찮다고 생각하거나, 아들의 잘못을 덮어주기 위해 "내가 허락한 것은 아니지만, 그 계약을 인정하겠다"고 구매자(병)나 아들(을)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이때 매매 계약은 유효하게 성립됩니다.
- 방법: 추인은 상대방(병), 무권대리인(을) 누구에게나 할 수 있습니다. 다만, 무권대리인(을)에게 추인한 경우, 상대방(병)이 그 사실을 알기 전까지는 상대방에게 대항할 수 없습니다.
- 추인거절권: 무권대리 행위를 인정하지 않고 무효로 확정시키는 권리입니다.
- 효과: 추인을 거절하면 계약은 무효로 확정됩니다.
- 예시: 아버지(갑)가 아들(을)이 멋대로 땅을 판 것을 알고 "나는 그 계약을 인정할 수 없다"고 명확히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이 경우 계약은 최종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4. 상대방의 선택 (최고권과 철회권)
상대방(병)은 불안정한 법률 관계에서 벗어나기 위해 다음 권리를 행사할 수 있습니다.
- 최고권: 본인(갑)에게 상당한 기간을 정하여 추인할 것인지 여부를 확답해 달라고 촉구할 수 있는 권리입니다. (상대방이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알았든 몰랐든 행사 가능)
- 효과: 본인(갑)이 그 기간 내에 확답을 발송하지 않으면 추인을 거절한 것으로 봅니다.
- 예시: 구매자(병)가 아들(을)에게 정말 대리권이 있는지 의심스러워 아버지(갑)에게 "아드님과 맺은 X 토지 계약을 인정하실 건지, 2주 안에 답변해 주십시오"라고 내용증명을 보내는 경우. 만약 아버지(갑)가 2주 안에 답을 보내지 않으면, 계약은 거절된 것으로 간주됩니다.
- 철회권: 본인(갑)이 추인하기 전에,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몰랐던(선의) 상대방(병)이 계약을 없었던 일로 하는 것(철회)입니다.
- 효과: 철회하면 계약은 확정적으로 무효가 됩니다. 본인(갑)은 더 이상 추인할 수 없습니다.
- 예시: 구매자(병)가 계약 후 아들(을)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알게 되었습니다. 아버지(갑)가 아직 추인 의사를 밝히기 전에, 구매자(병)가 "대리권이 없다는 것을 알았으니 이 계약을 철회하겠습니다"라고 아버지(갑)나 아들(을)에게 의사를 표시하는 경우. 계약은 무효로 확정됩니다. (만약 병이 계약 당시 을에게 대리권 없음을 알았다면(악의) 철회권은 없습니다.)
5. 무권대리인의 책임 (본인이 추인 거절 시)
만약 본인(갑)이 추인을 거절하고, 표현대리도 성립하지 않는 경우, 무권대리인(을)은 선의·무과실의 상대방(병)에게 책임을 져야 합니다. 이 책임은 상대방(병)의 선택에 따라 다음 두 가지 중 하나입니다.
- 계약 이행 책임: 아들(을)이 어떻게든 X 토지의 소유권을 구매자(병)에게 넘겨주어야 합니다. (현실적으로 어렵습니다)
- 손해배상 책임: 계약이 유효하게 이행되었더라면 얻었을 이익(이행이익)을 구매자(병)에게 배상해야 합니다.
단, 다음 경우에는 무권대리인(을)은 책임을 지지 않습니다.
- 상대방(병)이 계약 당시 대리권 없음을 알았거나(악의) 알 수 있었을 경우(과실)
- 무권대리인(을)이 행위능력(미성년자 등)이 없는 경우
예시: 아버지(갑)가 추인을 거절하고, 구매자(병)는 계약 당시 아들(을)에게 대리권이 없다는 사실을 전혀 몰랐고(선의) 알 수도 없었다면(무과실), 구매자(병)는 아들(을)에게 "계약대로 땅 소유권을 넘기거나" 또는 "계약이 정상 이행되었다면 얻었을 시세 차익 등을 배상하라"고 요구할 수 있습니다.
6. 표현대리 (무권대리이지만 본인이 책임지는 경우)
표현대리는 대리권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외관상 마치 대리권이 있는 것처럼 보이고, 그렇게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그 외관을 신뢰한 선의·무과실의 상대방(병)을 보호하기 위해 본인(갑)에게 계약상 책임을 지우는 제도입니다. 즉, 무권대리이지만 예외적으로 본인에게 유효한 것처럼 취급됩니다.
표현대리가 성립하는 3가지 경우:
- 대리권 수여 표시에 의한 표현대리: 본인(갑)이 실제로는 대리권을 주지 않았지만, 마치 준 것처럼 상대방(병)에게 표시한 경우 (예: 아버지(갑)가 구매자(병)에게 "내 아들(을)이 X 토지 매매를 진행할 거요"라고 말했지만, 실제 위임장은 주지 않은 경우)
- 권한을 넘은 표현대리: 기본 대리권(예: 임대차 계약 대리권)은 있지만, 그 권한 범위를 넘어선 행위(예: 매매 계약 체결)를 하고, 상대방(병)이 그 권한이 있다고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 (예: 아버지(갑)가 아들(을)에게 X 토지의 임대 관리만 맡겼는데, 아들(을)이 구매자(병)에게 매매 위임장까지 위조하여 보여주며 매매 계약을 체결했고, 병이 이를 믿을 만한 상황이었던 경우)
- 대리권 소멸 후의 표현대리: 과거에는 대리권이 있었으나 소멸된 후, 대리인이 여전히 대리인 행세를 하고, 상대방(병)은 선의·무과실로 대리권 소멸 사실을 몰랐던 경우 (예: 아버지(갑)가 과거 아들(을)에게 X 토지 매매 대리권을 주었다가 철회했는데, 아들(을)이 예전에 받은 위임장을 가지고 구매자(병)와 계약하고, 병은 대리권이 소멸된 사실을 몰랐던 경우)
효과: 표현대리가 성립하면, 본인(갑)은 무권대리임에도 불구하고 계약상 책임을 져야 합니다. 구매자(병)는 아버지(갑)에게 계약 이행(X 토지 소유권 이전)을 청구할 수 있습니다. 표현대리는 본인(갑)이 대리권 외관 형성에 어느 정도 원인을 제공했기 때문에 그 책임을 묻는 것입니다.
핵심정리
무권대리는 대리권 없는 자의 행위로 원칙적으로 본인에게 무효이지만, 본인의 추인으로 유효하게 될 수 있습니다. 상대방은 본인에게 추인 여부를 묻거나(최고권), 선의인 경우 계약을 철회할 수 있습니다(철회권). 본인이 추인을 거절하면 무권대리인은 선의·무과실의 상대방에게 책임을 집니다.
그러나 예외적으로 대리권이 있는 듯한 외관이 있고 상대방이 이를 믿을 만한 정당한 이유가 있는 경우(표현대리), 본인이 책임을 지게 됩니다. 복대리인이 권한 없이 행위한 경우에도 무권대리 또는 표현대리의 법리가 적용될 수 있습니다.
이처럼 무권대리 관련 법률 관계는 본인, 무권대리인, 상대방의 권리와 책임, 그리고 예외적인 상황(표현대리)까지 고려해야 하는 복잡한 문제입니다.